본인은
1) 4년제 대학 졸업 후 칼취업
2) 약 1년 간 근무
3) 정신적 한계 도달 (원래가 좀 우울한 사람이긴 함)
4) 싱싱미역 상태로 퇴사 통보
과정을 거쳐 지난 6월 백수가 된 청년이다.
한 2주쯤 울다가 자다가 일어나서 배달음식 처먹고
하루종일 유튜브-트위터-인스타-각종 커뮤 순행하며 뇌 죽이기 시간 갖고 나니
한국인 특 -맘놓고 쉬지 못함.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 이 더이상 무시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각종 채용사이트 가입해서 이력서 적으려고 보니
쓸 말이 쥐뿔도 없어서 현타가 컸다.
코로나 핑계로 동아리, 학회, 대외활동, ... 아무것도 없이 시간만 보낸 대학시절의 내가 원망스럽다. 진짜 졸업만 했다. 졸업만.
씨발 친구도 인맥도 없다.
대학생활 그렇게 보내놓고 취업은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하신가요?
학과 특성상 졸업 후 취업률이 거의 100%에 육박한다.
근데 신규입사자의 1년 내 사직률도 8~9할 쯤 된다.
인력풀이 이 지랄인데 매년 수요도 공급도 존나 넘쳐서 안 망한다. 존나 신기한 업계다.
여하간 앞으로 살면서 이렇게 시간이 쳐 남는 기간이 다시 오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남들은 대학 졸업 전에 다한다는 컴한토부터 부랴부랴 만들어보기로 했다.
1. 토익
완전 제로베이스는 아니다.
3학년 여름방학 때 (3년 전이다) 2주 독학으로 965 맞은 적 있다.
그래도 오랜만에 하려니까 겁나서 해커스 교재 3권 샀다.

근데 막상 책 받으니까 공부하기 싫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시험 일주일 전부터 900+ 책만 겨우 풀었다. 심지어 기출은 4회분 밖에 못 풀어보고 시험장 들어갔다.
내 의지박약과는 별개로 교재 구성은 좋았다. 쓸데없이 꼬아놓은 문제들만 줄줄 풀자니 짜증은 났으나
고난도/고득점 표방한 문제집이 다 그렇지 뭐... 의 자세로 꾸역꾸역 풀었다.

올ㅋ
긴가민가 한 문제 LC에서만 열 개 넘었던 것 같다. 한 번 멘탈 흔들리니까 이상할 정도로 안 들렸음ㅠ
800점대 예상했고 일단 품은 다음에 이력서 난사부터 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예상보다 잘 나옴. ㄳ합니다.
점수 확인 후 펼치지도 않은 기출문제집 2권은 즉시 당근했다.
2. 컴활 2급
이건 노베이스였음.
전직장에서도 OA 활용이 썩 중요한 업무는 아니었기에 엑셀은 표 만들기 수준으로만 활용했다.
초등학교 정보 교과, 대학 컴퓨팅 교양 3학점. 내가 교육기관에서 컴퓨터를 주제로 학문적인 공부를 한 건 저 두 개가 끝이다.
와중에 컴활이 2024년엔가 개편된 이후 난이도가 대폭 상승했다는 말을 주워듣고 겁이 났다.
내가 이 시기부터 불합격-재시험 사이클을 반복했다간
멘탈브레이크따운 후 재기불가능의 미래가 더 가까워질 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걍 2급 보기로 함.

필기는 균쌤 유튜브 강의로 시작했다.
유머러스하고 시원시원하심.

사실 많은 사람들이 컴활 필기만을 위해 문제집을 사는 건 비추천이라고 하나
나는 삼. 이유는 하나임. 불안해서.
그리고 꽤나 도움이 됐다. 균쌤 강의에서 개괄적으로 훑고 간 내용들의 세부사항을 문제집에서 보충하는 식으로 사용했다.
기출 문제 적중률도 좋았다. 시험장 가는 지하철 안에서까지 붙들고 풀었는데 본시험에서도 그대로 두 문제쯤 나왔다. 근데 오답 제대로 안 해서 결국 틀림 썅

준비 기간은 토탈 일주일 쯤
뽑기운이 좋았던 건지 필기는 무난하게 패스함.
합격 확인하고 바로 실기 준비 시작했다. 유튜브 필기 강의가 워낙 좋았어서 실기도 균쌤으로 들었다.

합격다드림 사이트에서 실기 단과 기준 6만 원 대. 솔직히 결제 당시에는 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독학으로 2트 3트 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히는 건 확실하다.
실기 준비는 좀 촉박하게 했다. 4~5일 동안 바짝 강의 듣고-혼자 해보고-모르겠으면 다시 강의 듣고-기출 풀어보고 시키는 대로 했다.
아니 사실 시키는 대로 못했다. 실기 공부하고 필기해야 된다고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말씀하시는데 걍 실기 따로 필기 따로 했다. 별 이유는 없어요 ㅈㅅㅎㄴㄷ 근데 확실히 같이 공부했으면 필기 준비가 더 수월했을 것 같긴 하다.
함수도 꼭 종이에 손으로 적어서 공부하라고 열 번 쯤 하셨는데 키보드로만 열심히 쳤어요 ㅈㅅㅎㄴㄷ22

아무튼 붙었죠?
함수 안 어려웠고 다 풀었는데 차트에서 데이터 영역 설정인가가 맘대로 안 돼서 당황했었다.
차트를 틀리다니 자존심 상하고 불안하기도 해서, 자료입력까지 두번 세번 리첵해가며 시험시간 꽉 채운 다음에 나왔다.
막상 붙고 나니 드는 생각은... 쫄지 말고 1급 볼걸
3. 한능검
사실 2트째다.
한국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수능은 1등급 받았었다.
그거 믿고 뻗대다가

작년 10월 38점이라는 존나 처참한 점수를 기록한 바 있다.
변명을 하자면 일하면서 퇴근 후에 시간 내서 공부하는 거 자체가 힘들었다. 최태성 선생님 교재도 샀는데 거의 못풀고 그냥 버렸다.
7일의 기적 유튜브 강의만 겨우 듣고 느낌가는대로 찍었다. 오히려 아는 게 없으니까 존나 초연해져서 반쯤 졸면서 풀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다른 교재를 샀다

친구 만난 김에 집근처 교보문고 수험서 코너 가서 별생각없이 집어왔다. 내가 노란색을 좋아한다.
에듀윌 교재 완성도는 좋다. 부가 자료도 많이 준다. 물론 읽어볼 시간 없긴 했다.
이쯤의 문제는 뭐였냐면 슬슬 해이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공부하고 시험보고 공부하고 시험보고 존나... 존나 질렸다.
아직 책 펼치지도 않았는데 정신 차려보니 시험 5일 전이었다. 5일 플랜을 세웠다
Day 1: 선사시대 ~ 고려
Day 2: 조선
Day 3: 개화기 ~ 근현대
Day 4: 복습
Day 5: 기출
근데 이 계획조차 못지킴.
진짜 공부한 건 삼일쯤 되는 것 같다. 삼일은 진짜 짧은 시간이다. 김옥균 얼마나 허탈했을까...

나는 점차 절박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애초에 암기과목을 썩 잘하는 인간이 아니지만 유별나게 취약한 부분을 꼽자면
인명, 지명, 연도가 그것이다.
그리고 역사의 8할은 인명, 지명, 연도와 관련된 것이다.
머리에 너무 안 들어오니까 교재의 챕터 머리마다 있는 판서 페이지를 무작정 손으로 베끼기 시작했다.
40챕터의 40장을 그냥 다 썼다. 좀 도움이 된 것 같다.

시험 당일은 그냥 잠 포기하고
최태성쌤 전야제 듣고 앱으로 기출 4회분 정도 돌렸다.
기출 돌려도 70점 위로는 잘 안 나와서
하... 3급만 나와라 싶은 마음으로 시험 봤는데 가채점 해보니
오?
86점?
1급!!
내생각에최태성은진짜신인듯
전야제덕분에등급오름ㄹㅇ
너무 감사해서 아는형님 출연본도 찾아보고 책도 사읽음 <역사의 쓸모>
신념있는 교육자상이 이런 거겠지... 정말 멋진 분이다.
+2025/8/22) 하하하하하하 이제 난 certified 애국자다.

여기까지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퇴사 후 두달간의 기록이다.
적은 것 말고도 운전면허도 따고, 생애 첫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제대로 된 알바도 해보고, PT도 시작하고,
즐거운 기억이 정말 많다. 직장생활만 계속 했으면 꿈도 못꿨을 일들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회사에 취업하게 되어서
새로운 생활을 막 시작하려는 참이다.
내가 나 자신을 방 안에 가둬놓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억지로라도 목표를 만들고 밖에 나갈 일을 만들고 끊임없이 사람 만나서 대화하고
<살아있기>를 포기하지 않아준 스스로가 대견하다.
나 살아있으라고 옆에서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한테도 감사하다.
나는 참 복받은 놈이야
내 인생 파이팅!!! 앞으로도 파이팅!!!!!